모든 관계의 근원은 자신과의 관계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자신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움을 느끼고 살고 있는지…..
자신에게 고맙고 감사함을 느낀다면 아마도 자신을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있을 때 주변인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조금은 여유롭게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저것 불만이 많고 자신에게 타박을 하며 지내는 이들의 경우 이런 관점은 타인에게도 마찬가지로 불만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요즘은 자기 돌봄에 대한 관심이 참 많습니다. 제가 일을 하며 느낀 것으로는 자기 돌봄에 대한 관점은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40대 이상의 경우에는 자기 돌봄에 대해 조금은 낯설어 하기도 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될까봐 염려하는 분들도 있고, 그보다 좀 낮은 연령층에서는 이기적이라는 관점 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돌보려는 태도를 갖는 분들도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깊이 느끼고 마음속에 울림을 주는 관심, 함께 느끼고자 하는 마음은 모두가 미숙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며 많은 순간 외로움, 창피함, 불안함, 두려움, 혼란 등 많은 감정들을 느껴왔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엔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고, 해야할 것들이 버거웠던 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너무 버거워 포기한 일에서는 낙망하고 어려운 감정 속에서 오랜 시간 있었을 수도 있고, 미처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채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면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삶을 살아오고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을 느껴보면 참 대견한 일도 많습니다. 안쓰러운 일도 많습니다. 그런 자신을 알아차리고, 느끼고, 미처 돌보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알아주고 보듬어주려는 마음, 이제는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할때 내 마음 안에서는 울림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느끼는 것이 감사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외부에서 이런 공감어린 대상, 돌봐주고 관심을 표현해주는 타인을 간절히 원하기도 합니다. 물론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사람으로 인한 마음에 상처가 있을 때에는 안전함에 대한 갈망이 커서 외로움이 있지만 다가오는 사람에게도 주저하게 되고 정말 안전한 애완동물, 연애인 등 나를 탓하지 않고 사랑해줄 대상을 찾기도 합니다. 그렇게 안전함을 원하고 사랑을 나누길 원하는 자신에 대한 인식, 나를 탓하지 않기를 바라는 만큼 나 자신을 책망하지 않고 부드럽게 대해주는 친절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소한 것에도 격려하고, 칭찬해주고 따스하게 대해주는 자신과의 관계, 수고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다그치지 않고 함께해주는 세심한 자신과의 관계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 연구자들은 감사에 성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성과 남성의 감사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았습니다. 존템플턴 재단이 2천명의 미국인중학생부너 장년을 대상으로 한 감사의 성 차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감사를 더 잘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사 표현에 있어서는 여성이 52%, 남성 44%가 더 자주 감사를 표현하고, 인생에 대한 감사를 느끼는 것은 여성이 64%, 남성이 50% 감사를 느끼며, 더 다양한 사람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정서 경험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정서 경험에는 기질적 특성도 있지만 사회 문화적인 신념과 가치관의 영향도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감사에 대한 시각이 여성에 비해 덜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쑥스럽고 겸연적어서 표현하기 곤란한 감정이라는 경우도 있고,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굴욕적이라고 생각하게 될 경우 공개적인 감사 표현을 안하게 되는데 남성이 이런 경우가 여성에 비해 많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지는 것 같은 느낌, 연약함을 드러내기 싫은 마음, 독립적인 사람이고 싶은 마음 등은 감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계 내에서 연약함을 드러낼 때 신뢰가 형성되고 굳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번 돌이켜 보세요. “차라리 미안하다고 빨리 인정했으면 이 지경까지 안왔잖아!”라는 말을 한 번쯤은 해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우리의 눈, 귀를 어떻게 열어놓고 사느냐에 따라 세상을 경험합니다. “나는 빛 지고는 못살아!, 나는 피해 끼치는 일은 너무 싫어해!, 나는 타인에게 피해보는 것이 너무 싫어, 민폐끼치는 사람들이 너무 불편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잘 들여다 보면 이는 굉장한 경계심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계약 관계’, ‘거래 관계’와 같이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타인의 호의에도 불신 혹은 불편감, 어색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뭔가를 하나 받았을 때 당장 갚아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이 기분 좋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이를 빛으로 여기고 갚아버리는 것, “뭘요, 대단한 것도 아닌데”라고 말하며 부인하는 것은 주는 사람과의 의사소통에서 단절해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잇속이 있으니까 잘해주는 거지!”, “꼬득여서 장사하는 거야!”와 같이 받아들이게 되어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을 차단해 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적대감을 갖고 경계하며 살아갈 경우 너무 과도한 책임감을 갖고 두려워하며, 살아갈 수 있고 그러기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고 타인을 책임감 없는 사람이라 여기게 될 수 있고, 손해보고 싶지 않은 마음(피해입지 않고 살고자 함)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속이는 사람으로 지각할 수 있고, 칭찬하고 감사하는 것을 거래로 듣고 반사할 수 있기에 세상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동양 문화권에서 가족간의 감사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가족주의, 우리 문화는 부모가 자녀에게 헌신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받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모성, 여성의 헌신이 당연한 것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지방과 수도권의 문화적 차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 당연한 것으로 여길때, 사랑과 감사를 느낄 수 없어지고, 강요받는다는 문화적 압박은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을 빼앗아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가족간의 사랑과 보살핌은 애정 욕구를 채워주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가족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인간에게 정말 큰 힘이 되는 심리적 자산입니다. 아침밥을 챙겨줬으면 좋겠다는 남성들의 이야기는 보살핌을 받고 싶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가족간에도 ‘거래관계’, ‘계약관계’의 관점에서 말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똑같이 맞벌이 하는데 왜 부려먹으려고 하냐? 나도 돈 버느라 힘든거 모르냐?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부장적인 세대 문화에 억눌린 복잡한 가족문화가 겹쳐져 현상이 왜곡 되기도 하고 대화가 심리적인 욕구를 나누는 진솔한 대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갈등이 되기도 합니다.
감사가 자연스럽게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개별성,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과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함께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전 우리나라 문화는 개인보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 예의를 중시하고 윗사람에게 순종하고, 위계적인 관계가 중요시해왔던 타율성(heteronomy)의 문화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학력수준 향상, 외부 환경의 변화 등으로 개인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자율성(autonomy)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자율성의 극대화로 인해 너무 개인화되고 고립되지 않을 수 있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관계에 큰 가치를 두는 것, 관계성(relatedness)을 키울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방법 중 하나가 감사의 표현일 것입니다. 진정한 감사는 공손한 인사, 예의의 차원이 아닌 연결되어 받은 도움에 기쁨을 전달하는 진심어린 마음에 가까울 것입니다.
감사는 사회적 관계, 타인을 귀하게 여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낯선 사람보다, 지인이나 가족을 돕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살아갑니다. 연구에 따르면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현할 때, 그들의 행동은 타인으로 하여금 그들이 좀더 유익을 제공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타인과 유익한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이 호의를 베풀어 줄때 우리는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유발하는 심리적 체계가 작동합니다. 그리고는 협력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감사 표현은 우리가 그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보답할 의사가 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가정에서 배우자에게도, 자녀에게도, 주변인들과 사회적인 관계망에서도 감사표현은 당신에게 유익함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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