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버려 두는 것과 회피, 방치의 차이
내려놓으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면 머리에 의문점이 생기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아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어떻게 내려놓으라는 말이야?’ 이런 또 하나의 저항감이 생기실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어쩔 수 없어! 그냥 신경쓰지 말고 너 할 일 해!’라는 말을 하실 수도 있고, 그야말로 내버려 두고 신경을 쓰지 않는 ‘포기’나 ‘방치’를 선택 하라는 말로 이해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할 것은 ‘고통,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저항하고 씨름하는 것, 그 저항을 내려 놓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씨름하고 있는 상태는 “완전히 없애버릴 꺼야!” 라는 환상속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즉, 마음과 동일시 되어 그 안에 하나가 되어 매몰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과거 경험, 믿고 있는 신념들 속에서 만들어진 판단과 부정적 감정 속에 들어가 존재 자체가 그 감정과 생각 속에 푹 잠겨 있는 마음과 동일시 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무의식 혼동 상태에 있는 한 고통은 불가피합니다. 그러기에 내가 그러한 동일시, 환상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저항하고 씨름하고 고통 속에 있다는 것에 대한 ‘알아차림과 씨름을 내려 놓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운 감정,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각된 상태에서 의도적인 주의돌림인지 여부입니다. 감정적 경험이 너무 커서 잠시 동안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도된 것이라면 잠시 휴식 후 다시 돌아와 그 고통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안 좋은 감정을 굳이 마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관심을 갖지 않고자 하는 경우는 회피나 방치에 해당됩니다. 그런 경우 고통의 근원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감정적 어려움은 반복 경험 되고 나아가서는 신체적 질병이나 회피를 위한 과도한 쾌락의 추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이 순간에 내가 어떤 신념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자신과 타인을 향해 어떤 판단을 하고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 없이 그 감정과 하나되어 매몰된 경우 그 감정은 과거 경험과 결합하여 더 강한 감정 속으로 당신을 데리고 갈 것입니다.
심리치료사 엘리스 밀러(Alice Miller, 1923)는 상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몸과 마음에 드러나게 되고 고통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아동기에 겪은 일은 우리 몸에 그대로 축적되는데 우리는 그것을 억누를 수는 있지만 변화시킬 수는 없다. 우리는 머리로, 이해로 그것을 속이고 느낌을 조작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몸이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된다. 우리 몸은 거짓을 모르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어린 아이처럼 어떠한 타협이나 변명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실을 회피하는 것을 멈출때까지 우리 몸은 그 고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내 안의 상처, 고통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들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포착하고 주의 기울이며 내면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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